① 물붓기금지·순간증기폭발·파이어볼|기름불에 ‘물’을 쓰면 왜 불기둥이 되는가
식용유 화재에 물을 붓는 행위는 가장 위험한 금기다. 물은 기름보다 밀도가 커서 바닥으로 가라앉은 뒤 초고온 환경에서 즉시 비등하며 수증기로 급격히 팽창한다. 이때 순간증기폭발이 일어나 뜨거운 기름을 미세한 방울로 공중에 흩뿌리는데, 이렇게 분무화된 기름방울은 산소와의 접촉면적이 폭증해 거대한 파이어볼을 만든다. 불기둥은 천장과 후드 내부로 빨려 들어가고, 덕트 벽에 붙은 그리스가 2차 연소를 일으켜 주방 화재를 곧장 구조화재로 키운다. “한 컵만” “살짝 뿌리면” 같은 요행은 없다. 몇 방울의 수분만으로도 증기폭발이 유발될 수 있고, 젖은 행주·젖은 수건을 덮어도 결과는 같다. 냉동식품이나 세척 직후 재료에서 흘러내린 수분 역시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위험을 만든다. 탄산음료·맥주·스프 등 수분이 들어간 액체를 붓는 것도 금지다. 물 성분은 결국 증기로 변하며 기름을 사방으로 분사시키기 때문이다. 기름불 앞에서 해야 할 일은 오직 세 가지, 열원 차단과 상부 덮개로의 질식, 그리고 K급 소화기로의 피복·냉각이다. 그 외의 모든 “액체 붓기”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 물은 기름의 적이며, 기름불에서 물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단 한 가지도 없다.
② 팬이동·창문급개방·후드최대가동·선풍기|불길을 ‘바람’으로 키우는 행동들
불붙은 팬을 싱크대로 옮기려 들거나 바깥으로 들고나가는 행동은 절대 금지다. 이동 과정의 흔들림이 표면을 교란해 고온층을 뒤집고, 넘친 기름이 팔·몸·바닥에 튀어 대형 화상·확산 착화를 유발한다. 창문을 급히 활짝 여는 것, 선풍기·서큘레이터를 틀어 연기를 빼겠다는 발상, 후드 팬을 최대 풍량으로 올리는 조치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강한 기류는 화염에 산소를 계속 공급해 화세를 키우고, 불길의 방향을 예측 불가능하게 비틀며 커튼·롤스크린·목재 몰딩·포장박스 같은 주변 가연물로 화염을 휘게 만든다. 특히 후드는 불꽃과 열·연기를 곧장 상부로 빨아들여 필터·덕트의 그리스층에 불씨를 옮긴다. “연기라도 빼야 보인다”는 판단도 오해다. 불길이 큰데 시야를 확보하려 강제 환기를 시도하면, 난류가 생겨 화염이 엇갈린 동선으로 튀고 작업자의 피난로를 막을 수 있다. 올바른 순서는 정반대다. 먼저 가스·인덕션 등 열원을 끄고, 뚜껑이나 소화담요로 상부를 덮어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한다. 그 다음 K급 소화기로 표면 전체를 사선으로 도포해 피복·냉각을 수행한다. 완전 진화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창문·후드·선풍기 등 강제 환기를 시도하지 않는다. 불은 바람을 먹고 자란다. 바람을 만드는 모든 행동이 금기가 되는 이유다.
③ 분말제트근접분사·소량뿌리고중단·덮개들추기|‘꺼진듯’ 착각을 부르는 잘못된 초동
ABC/BC 분말소화기를 불꽃의 코앞에서 제트처럼 쏘는 근접분사는 기름 표면을 강하게 때려 기름을 분무화하고 비산시켜 오히려 화세를 키울 수 있다. 분말은 순간적으로 연소반응을 끊어 “꺼진 듯” 보이게 만들지만, 기름표면에 점착성 피복막을 형성하지 못해 잔열로 재발화되기 쉽다. 그래서 소량만 뿌리고 멈추는 행동은 최악의 선택이다. 불씨는 가장자리에서 다시 살아나 후드로 빨려 들어가거나 주변 가연물에 옮겨 붙는다. 또 하나의 금기는 “덮개를 들춰보기”다. 덮은 즉시 진화 확인 욕심에 뚜껑이나 소화담요를 틈틈이 열어보면, 순간 산소가 유입되어 막 형성 중이던 평형을 무너뜨린다. 덮개는 일정 시간 그대로 유지해 표면의 끓음·거품·연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K급 소화기가 있다면 사선·넓은 패턴으로 표면 전체를 도포해 비누화막을 만들고, 10~20초 감시를 통해 재발화 징후가 없는지 확인한다. 반대로 K급 없이 분말만 있다면, 대형 팬·프라이어 화재에서 “분말 조금→중단→환기”는 재앙의 레시피다. 금기는 분명하다. 제트로 가까이 쏘지 말 것, 소량 분사로 타협하지 말 것, 덮개를 들추지 말 것. 초동의 몇 초가 재발화와 연소 전이를 갈라놓는다.
④ 소금·밀가루·베이킹소다·젖은수건·영상촬영지연|민간요법과 지연이 부르는 2차 피해
소금이나 베이킹소다를 뿌리면 꺼진다는 민간요법은 현장에서 위험천만하다. 실제로 충분한 양을 짧은 시간에 균일 분포로 덮어야 효과가 일부 나타나지만, 러시 중의 주방에서 그런 정밀 투입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밀가루·전분가루처럼 미세한 분진은 고온에서 착화·폭열을 일으킬 위험이 있으며, 공중으로 날린 분진 구름이 불꽃을 만나면 순간적으로 화염이 번질 수 있다. 젖은 수건을 덮는 방법 역시 금기다. 수분이 즉시 기화하며 증기폭발을 일으켜 기름을 분사시키고, 덮개 가장자리에서 플레어업이 반복된다. “영상으로 남겨 보험 처리에 쓰자” “사진 한 장 찍자” 같은 촬영·기록 집착은 소중한 시간을 앗아간다. 신고·피난·소화 순서가 뒤섞이면 작은 화재가 순식간에 대피 소동·연기 흡입·군집 압박으로 확대된다. 또한 어린이·노약자를 한쪽에 세워 두고 상황을 지켜보게 하는 것도 금지다. 연기층은 위에서부터 내려오지만, 좁은 주방·홀에서는 짧은 시간에도 눈·기관지 자극과 공포 반응이 커져 움직임이 둔해진다. 정답은 언제나 동일하다. 물·음료·즙·젖은 천·가루류 같은 즉흥 처방을 버리고, 열원 차단→상부 덮개→K급 소화기 피복·냉각→10~20초 관찰→필요 시 119 신고와 피난 유도라는 정석을 밟는다. ‘하지 말아야 할 것’만 정확히 제거해도, 기름 화재는 충분히 초기에 제압 가능하다. 금기를 지키는 것이 곧 생명과 사업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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