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분말소화기·식용유화재·재발화|분말이 ‘기름표면’을 덮지 못해 생기는 구조적 한계
일반 분말 소화기(BC/ABC형)는 주로 탄산수소나트륨·탄산수소칼륨·인산암모늄 분말로, 연소 연쇄반응을 차단하고 일시적으로 산소 접촉을 줄여 화염을 꺼뜨립니다. 문제는 식용유 화재가 뜨거운 액체층이 연료인 상태에서, 표면 바로 아래에 고온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분말은 액체 표면에 점착성 피복막을 만들지 못해, 순간 소염 후에도 잔열이 남아 자연발화점 부근의 기름이 다시 증발·가연 혼합층을 만들고 재발화(reflash)합니다. 즉 “꺼졌다”는 시각적 신호가 나와도 기름의 온도는 거의 안 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K급(습식화학)**은 칼륨계 수용액이 고온의 지방과 **비누화(saponification)**를 일으켜 점성이 높은 비누막을 형성하고, 이 막이 피복(질식)+냉각을 동시에 수행해 표면을 안정화합니다. 분말은 이런 화학적 피복 능력이 없어 표면 안정화 실패 → 재점화로 이어집니다. 또한 인덕션·가스레인지가 미소 화염·잔류 가열을 계속 내는 동안 분말만으로는 열원을 억제하지 못하고, 필수 절차인 열원 차단→표면 피복→온도 강하 중 ‘피복’ 단계가 비어 근본적 진화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상업 주방에서 분말은 “초기 화염 스냅다운” 용도에 그치고, 깊은 기름층 화재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② 분말분사·제트효과·에어로졸화|분말의 분사 충격이 오히려 화세를 키우는 이유
분말 소화기는 내부 압력으로 분사 속도가 높고, 노즐에서 나오는 제트 스트림이 팬·튀김솥의 기름 표면을 강하게 때립니다. 이때 과열된 기름이 **비산·분무화(에어로졸화)**되면 산소 접촉면적이 폭증하여 화염 전파가 더 쉬워집니다. 특히 팬이 가열 중인 상태에서 제트가 비스듬히 들어가면 기름이 튀어 오르며 주변 가연물(행주·포장지·목재 몰딩·상부 캐비닛)에 착화되고, 후드 흡기가 강한 매장에서 비산 기름방울이 덕트 내부 그리스까지 닿아 2차 연소를 일으킬 위험도 높습니다. 분말 입자 구름은 순간적으로 가시성을 떨어뜨려 화염·열원 위치 파악을 어렵게 하고, 당황한 작업자가 팬을 움직이거나 들어 올리게 만들어 기름층을 더 교란할 소지가 큽니다. 반면 K급은 부드러운 안개 분사 패턴으로 표면에 얹히며 막을 만들고, 제트 충격으로 기름을 튀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분말의 입경·분사압·충격각을 아무리 최적화해도 ‘피복막 형성 실패’라는 근본 한계는 남습니다. 결과적으로 분말은 “불꽃을 잠깐 눌러 앉히는” 데는 유용할지 몰라도, 기름층 안정화·열 제거·재발화 억제라는 세 가지 목표에는 체계적으로 부족합니다.
③ 잔류분말·부식·오염관리|주방 환경에서의 위생·설비 리스크와 교육 문제
분말은 진화 후 잔류가루가 넓게 퍼져 조리기구·열원·전기부품·후드 내부에 남습니다. 특히 인산암모늄계 분말은 수분과 반응해 금속에 부식성을 띨 수 있고, 전열기·온도센서·스위치류에 남은 분말이 누전·오작동을 유발할 가능성도 지적됩니다. 매장 운영 측면에서는 분말 잔여물을 완전히 제거해야 위생 기준을 충족하는데, 덕트·필터·팬 하우징까지 청소하려면 다운타임·비용이 크게 늘어납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분말 사용 직후 “불이 꺼졌다”는 착각으로 열원 오프·재발화 감시 10~20초 같은 필수 절차를 생략하는 행동오류입니다. 분말 특유의 가시성 저하와 현장 소음 속에서 지휘·콜아웃이 무너지면, 꺼졌던 가장자리에서 플레어업이 재발하는 순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가정에서도 사후에 분말을 제대로 치우지 않으면, 열원 주변에 남은 미세 분말이 다음 가열 시에 냄새·연기를 유발하고 다시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K급은 분사 자체가 냉각·피복을 동시 달성해 감시 구간을 안정시키고, 뚜껑·소화담요와 병행 시 교육 난이도도 낮습니다. 결국 주방이라는 특수 환경에서는 위생·설비 신뢰성·사용자 행동까지 고려할 때 분말보다 K급이 훈련/운영 적합성이 높습니다.
④ NFPA·EN3·법규·운영체계|왜 상업주방은 Class K(또는 F)를 기본으로 하는가
국내외 기준은 상업주방의 식물성·동물성 유지(vegetable/animal oils and fats) 사용 조리설비에 주방용(미국: Class K / 유럽: Class F) 소화기를 요구·권장합니다. 미국 NFPA 10은 조리후드 자동소화설비와 함께 Class K 휴대용 소화기 배치를 명시하고, 유럽 EN3 체계에서도 튀김솥·프라이어에는 F급 적응성 장비를 사용하도록 구분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주방 화재의 본질은 표면 피복+온도 강하+재발화 억제이며,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습식화학(비누화·질식·냉각)**뿐이기 때문입니다. 실무 운영은 다음 순서가 안전합니다. ① 열원 차단(가스 밸브·인덕션 오프) ② 뚜껑/소화담요로 1차 질식 ③ K급 분사로 표면 전체 피복 ④ 10~20초 감시 후 환기 최소화 ⑤ 119 신고·피난 동선 확보. 상업주방은 K급 1대 이상+ABC 1대(일반 고체/전기화재 대비)+소화담요를 동선상 겹치지 않게 배치하고, 분기별 모의훈련과 월별 점검 체크리스트(압력게이지·봉인핀·노즐상태·차광표지)를 운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CO₂ 소화기는 전기설비엔 유용하지만 기름층 냉각/피복이 불가해 재발화 위험이 크므로 보조적 수단에 그쳐야 합니다. 요약하면, 분말은 주방 ‘전용’이 아니며 식용유 화재의 핵심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Class K/F 체계로 장비·훈련·배치를 재설계하는 것이 생명·사업 연속성·위생을 동시에 지키는 유일하게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화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페·푸드트럭 화재 특성 및 예방 방법 (2) | 2025.08.17 |
---|---|
소형 인덕션·가스레인지 화재 비교 (2) | 2025.08.17 |
소화담요(불덮개) 사용법과 한계 (1) | 2025.08.16 |
기름 화재 발생 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물 붓기 등) (2) | 2025.08.16 |
식당·급식소 주방 화재 주요 원인 TOP5 (2) | 2025.08.16 |
가정용 주방에 K급 소화기 설치해야 하는 이유 (1) | 2025.08.16 |
K급 소화기란 무엇인가: 구조·작동 원리 (5) | 2025.08.16 |
식용유 화재의 과학적 원리와 위험성 (2) | 2025.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