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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K급 소화기란 무엇인가: 구조·작동 원리

① K급소화기·ClassK·ClassF|정의·분류·적응화재의 범위

K급소화기는 조리유(식물성·동물성 유지)로 인한 주방화재를 진압하도록 설계된 주방전용 습식화학 소화기다. 미국 체계에서는 Class K, 유럽 EN3 체계에서는 Class F로 표기되며, 공통적으로 튀김솥·프라이팬·그릴·인덕션·가스레인지 등에서 과열된 식용유가 연소하는 상황을 적응화재로 규정한다. 충전약제는 대개 **칼륨계 수용액(칼륨 아세테이트/시트레이트/포메이트 혼합)**이며, 방출 시 고온의 지방과 반응해 **비누화(saponification)**를 일으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장비가 일반 ABC/BC 분말소화기, CO₂ 소화기, 물소화기와 구별되는 이유는 단지 약제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표면 피복+질식+냉각+재발화 억제”**라는 주방화재의 4대 요구조건을 한 번에 충족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분말은 화염을 순간적으로 눌러도 기름 표면에 안정막을 못 만들어 잔열로 재점화되기 쉽고, CO₂는 산소농도를 낮출 수 있으나 기름층 냉각/피복이 불가해 재발화 리스크가 크다. 따라서 상업주방은 보통 후드 자동소화설비+휴대용 K급을 병행하고, 가정·소형사업장도 K급 1대 이상을 기본으로 갖추는 구성이 안전하다. 이때 “K급=모든 화재 만능”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목재·종이·플라스틱 등 고체화재나 전기화재의 2차 대응을 위해 ABC 1대를 별도 배치하되, 식용유 화재의 1차 선택은 K급으로 고정하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체계다.

② 구조·작동원리·분사패턴|비누화·질식·냉각이 일어나는 메커니즘

K급소화기의 본체는 압력용기+게이지+사이펀튜브+밸브/손잡이+분사호스/노즐로 이뤄진다. 방출 레버를 당기면 질소 등 추진가스가 약제를 미세 안개 형태로 분사하고, 분사된 수용액이 기름 표면과 접촉하는 순간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다. 첫째, 비누화다. 칼륨계 염이 고온의 지방산과 반응해 점점이 점성이 높은 비누막을 형성한다. 이 비누막은 기름 표면을 균일하게 피복하여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질식), 불꽃의 재형성을 가로막는다. 둘째, 냉각이다. 약제의 수분 성분이 기화하면서 큰 증발잠열을 빼앗아 기름 온도를 자연발화점 이하로 빠르게 끌어내린다. 이때 피복막은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열·공기 차단 성능을 갖춘 고점도 층이어서, 분말처럼 잠깐 눌렀다 다시 붙는 패턴이 아니라 온도·공기·증기 세 축을 동시에 잠가 재발화 억제에 유리하다. 현장 운용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분사패턴과 각도다. 노즐은 보통 부드러운 팬형/미스트형으로 퍼지므로, 사용자는 사선 하향으로 접근해 기름 표면을 스치듯 넓게 도포해야 한다. 제트처럼 강하게 찌르거나 한 지점만 집중하면 표면 교란이 커져 비산 위험이 늘 수 있다. 또한 **열원 차단(가스/전기 오프)**을 가장 먼저 수행해야 비누막 형성도 안정화된다. 분사 후에는 최소 10~20초 관찰하며 가장자리 거품/끓음이 멎는지 확인하고, 필요시 추가 분사→덮개 유지로 온도를 더 낮춘다. 요약하면 K급의 설계 철학은 “표면을 덮고, 숨을 막고, 온도를 빼앗아, 다시는 붙지 못하게”에 있다.

③ 선정·배치·운용 스펙|용량선택·동선·병행장비·표준절차(SOP)

현장 적합도를 좌우하는 것은 용량과 동선이다. 소형 프라이팬 중심의 가정이라면 2~3L급으로도 충분할 수 있으나, 프라이어/튀김솥이 있는 매장은 대용량 K급을 권장한다. 기준은 단순히 평수가 아니라 최대 기름량·가열기 출력·열원 종류다. 배치는 가열기에서 팔 길이+한 걸음(대략 1.5~2m) 지점이 이상적이며, 진입로에 장애물이 없도록 한다. 후드 자동소화설비가 있는 업소는 휴대용 K급을 보조로 두되, 자동 방출→열원 차단→휴대용 K급 보강 도포 순서를 직원에게 반복 훈련시킨다. 병행장비는 ABC 1대(고체·전기화재), 소화담요 1개 이상이 기본이다. 특히 소화담요는 팬 화재 초기 상부 질식에 유용하지만, 화세가 커지면 열 관통·가장자리 플레어업 위험이 있으므로 K급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표준절차(SOP)는 다음 6단계가 현장에서 가장 단순·강력하다. ① 연기·불꽃 인지 → ② 열원 오프 → ③ 덮개/소화담요로 1차 질식 → ④ K급 사선 분사로 전면 피복 → ⑤ 10~20초 관찰 및 추가 도포 → ⑥ 환기 최소화·119 신고·피난 동선 확보. 모든 단계에서 물 붓기 금지는 절대 원칙이다. 또 한 가지, 분말과 달리 K급은 분사 시 시야를 크게 가리지 않지만, 안구·피부 보호를 위해 보호장갑·앞치마 등을 근무복에 포함시키면 안전 여유가 커진다. 마지막으로 표지·라벨을 눈높이에 맞춰 붙여 “식용유 화재는 K급”이라는 규칙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면 초기 대응 속도가 현저히 빨라진다.

④ 유지관리·점검·교육|교체주기·재충전·청소·모의훈련 스크립트

K급소화기는 **“사용하면 즉시 재충전”**이 원칙이며, 유효기간 내라도 부분 분사=성능 보장 불가로 본다. 월 1회 자가 시각점검으로 압력 게이지 정상 범위, 봉인핀·안전고리 이상 없음, 노즐 막힘/균열 없음, 부식·누액 무를 확인하고, 분기 1회 표지·동선 재점검, 반기~연 1회는 전문업체 점검/정비를 권장한다. 주방 특성상 기름 에어로졸이 본체·노즐에 달라붙기 쉬우므로, 미지근한 중성세제+부드러운 천으로 주기적 표면 청소를 해 라벨·게이지 가독성을 확보한다. 보관 온도는 상온을 유지하고, 가열기 바로 옆 고열·수증기 직격 위치는 피한다. 교육은 모의훈련 스크립트가 핵심이다. 예) “연기 발생! 가열기 오프!—담요 덮음!—K급 전개, 사선 분사!—피복 확인, 추가 도포!—후드/창문은 진화 완전 확인 후 최소 개방!—119 신고, 피난 유도!”를 콜아웃으로 통일해, 신규·파트타임·가족 누구라도 3분 내 동일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진화 후에는 **원인 분석(수분 재료 투입, 과열, 후드 기름찌꺼기, 장비 결함)**과 **재발 방지(청소·교체·교육 리마인드)**를 기록 양식으로 남기고, 다음 근무 교대 시 인수인계 항목에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감사·보험·위생 점검 관점에서, K급의 존재와 점검기록은 사업연속성(BCP) 지표를 높인다. 즉 K급은 “장비 하나 더”가 아니라 사전예방·초동진화·사후복구를 한 줄로 엮는 주방 안전 시스템의 중심축이며, 올바른 유지관리와 반복 훈련이 있을 때만 그 가치가 100% 구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