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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주방 환기·덕트 관리와 화재 연계성

① 후드포집·유량·그리스에어로졸|환기 시스템이 화재 ‘경로’를 만드는 물리 원리

주방 환기는 열·수증기·연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화재 에너지를 이동시키는 통로이기도 하다. 가열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 기름방울은 공기와 섞여 그리스 에어로졸을 형성하고, 후드 흡입구가 이를 포집해 필터→덕트로 운반한다. 문제는 이 에어로졸이 차가운 금속면에 닿을 때 응축되어 끈적한 막으로 축적된다는 점이다. 이 막은 초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꺼워져 연료층이 되고, 한 번 불꽃·고온연기가 진입하면 관형 통로를 따라 화염이 길게 전파되는 유도로로 변한다. 유량을 크게 올리면 더 안전할 것 같지만, 포집 면에서 난류가 커지면 플레어업의 불꽃과 열을 더 빨리 상부로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낳는다. 반대로 유량이 부족하면 에어로졸이 주방 내부에 재순환되어 상부장·천장에 그리스 막을 만들고, 작은 불씨에도 수평 확산을 촉진한다. 즉, 환기 시스템은 “더 센 바람”이 아니라 적정 포집 속도·균일 흡입·난류 억제가 핵심이다. 후드형상(슬롯·캐노피), 흡입면과 화기 이격, 포집 립의 높이, 메이크업에어(보충외기) 유입 위치가 어긋나면 포집 효율이 떨어지고, 열기둥이 비스듬히 이탈해 상부장·스프링클러 헤드를 직접 가열하는 위험까지 생긴다. 한마디로 “환기는 열을 밖으로 보내는 장치”가 맞지만, 관리되지 않은 환기는 기름과 열을 모아 불길의 고속도로를 만든다.

② 차압·풍량·메이크업에어·인터록|덕트 관리의 수치화와 운전 로직이 화재 확률을 낮춘다

안전한 환기의 핵심은 수치로 관리하는 것이다. 첫째, 필터 전후 차압을 측정해 기준값을 세우고, 상승 추세를 보면 세정 시점을 예측한다. 차압이 과도하면 팬이 더 세게 일하며 에어로졸 통과량이 늘고, 덕트에 미세 입자가 더 깊게 쌓인다. 둘째, 풍량·유속을 분기마다 점검한다. 후드 전면에서 균일 흡입이 깨지면 사다리꼴 난류가 생겨 플레어업 시 불꽃이 한쪽 립을 넘어 외부로 새는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메이크업에어의 위치와 풍량을 조정해 과도한 음압을 피한다. 실내가 지나치게 음압이면 출입문·창틈으로 강한 기류가 생겨 화염을 길게 당기고, 반대로 보충외기가 바로 후드 앞에서 불어오면 포집이 무너진다. 넷째, 인터록 로직을 적용한다. 팬 이상·정지 신호가 감지되면 가스·전기열원 자동 차단이 동시에 걸리도록 연동하면, “팬 멈춤+가열 지속”이라는 최악의 조합을 차단한다. 다섯째, 접근·점검구를 일정 간격으로 설치해 덕트 심부를 직접 확인·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점검구가 없으면 청소가 입구 위주로만 이뤄져, 보이지 않는 구간에 두꺼운 연료층이 남는다. 여섯째, 곡관·수평구간·드레인 웰 등 유속이 낮아지는 지점을 지도화해 우선 세정 포인트로 관리한다. 마지막으로, 야간엔 야간모드 풍량으로 불필요한 고풍량 운전을 줄이고(그리스 운반 최소화), 폐점 체크리스트에 팬·열원·경보 패널·자동소화 표시등 사진 로그를 남겨 운전 이력을 증거화한다. 데이터와 로직이 붙으면 환기는 “감”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통제가 된다.

③ 플레어업→필터착화→덕트연소|사고 사슬의 단계와 ‘급환기’가 크기를 키우는 이유

실제 화재는 비슷한 사슬을 따른다. 1단계, 팬·웍·프라이어에서 플레어업이 발생한다. 2단계, 강한 흡기가 불꽃·열·그리스를 필터로 빨아올리고, 필터에 쌓인 기름막이 착화한다. 3단계, 필터 뒤 덕트 내부의 연료층이 연쇄적으로 붙으며 화염이 관처럼 선형 전파한다. 4단계, 상승 기류를 타고 상부층·지붕으로 번지며, 점검구가 적거나 그리스가 오래 축적된 라인은 연소 지속시간이 길어진다. 이때 흔한 오판은 “연기를 빼자”며 창문·후드·선풍기 급개방을 하는 것이다. 강제 환기는 산소와 난류를 동시에 늘려 화세를 가속하고, 화염의 방향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대피 동선을 막는다. 또 다른 오판은 분말 소화기를 코앞에서 제트 분사하는 행동이다. 제트 충격은 뜨거운 기름을 분무해 불길을 키우고, 분말은 표면에 점착성 피복막을 만들지 못해 곧 재발화된다. 올바른 초동은 정반대다. 열원 오프뚜껑/소화담요로 상부 질식을 달성하고, K급 소화기사선 하향으로 먼 가장자리→중앙 순으로 미스트/팬형 도포비누화막을 만든다. 그리고 10~20초 림의 미세 기포·끓음 소멸을 관찰한다. 환기는 완전 진화 후에만 최소 개방한다. 만약 덕트 내부로 전이된 징후(후드 상부 금속의 고열감, 굉음, 상부 연기)가 보이면 즉시 119 신고·대피 유도로 전환, 휴대 소화기로는 퇴로 확보에만 집중한다. 환기·덕트는 화재의 길이 될 수도, 발화의 에너지 차단기가 될 수도 있다. 경계는 초동 3분의 선택이 가른다.

④ 필터주간·후드월간·덕트분기·SOP|세정 주기·체크리스트·지표로 연결된 운영 체계

운영은 주기×체크리스트×지표로 굴러가야 한다. [주간(필터 세정)] 필터를 분리해 탈지 세척하고, 건조 후 광원 테스트(빛 투과 균일성)로 막힘을 확인한다. 세척 전후 차압·사진을 기록해 추세를 본다. [월간(후드 탈지)] 캔오피 내부·그리스 트레이를 분해·탈지하고, 립·슬롯에 점착 잔사가 남지 않게 닦는다. 팬 벨트 장력·베어링 소음·진동도 함께 점검한다. [분기(덕트 전문 세정)] 점검구를 열어 시각 확인→기계식 스크레이핑·세정제·고압세척을 병행하고, 곡관·수평구간·드레인 웰을 우선 포인트로 처리한다. 세정 후 두께 게이지·내시경 사진으로 잔존 두께를 기록한다. [지표] 차압 기준선, 풍량·유속, 세정 완료율, 결함→조치 TAT를 대시보드로 관리한다. [배관·재료] 덕트는 불연 금속·기계이음부 기밀 시공이 원칙이고, 천장 내부 임의 경로 변경·가연물 접촉을 금한다. 지붕 배출부엔 방수·방진·유지 통로를 확보한다. [SOP(비상)] 벽면에 큰 글씨로 “오프(열원)→덮기(뚜껑/담요)→K급 미스트 도포→10~20초 관찰→환기 최소→119 신고·대피”를 붙이고, 월 1회 3분 드릴로 전 직원이 같은 동작을 재현한다. [배치] K급은 가열기에서 팔 길이+한 걸음(1.5~2m), 눈높이 이하(권장 0.8~1.2m), 전면 1m 무장애로 둔다. 소화담요는 가열기 인접 하부장, ABC는 출입구 측. [문서] 세정 영수증·사진·차압 로그·점검표를 파일·클라우드에 보관해 감사·보험·임대 점검에 대비한다. [금기 3대] 물 붓기 금지, 불붙은 팬 이동 금지, 급환기 금지를 상시 교육한다. 요약하면, 주방 환기·덕트 관리는 그리스를 줄이고, 열·연기의 길을 통제하여 화재의 연료·산소·열 삼각형을 동시에 약화시키는 작업이다. 주간 필터·월간 후드·분기 덕트차압·풍량 데이터, 그리고 K급 중심 SOP가 맞물리는 순간, 주방 화재는 초동에서 끝나는 작은 사건으로 수렴한다.